본문 바로가기
텃밭 식물 키우기

호박 재배하는 방법과 특징

by 띠리끽 2022. 9. 13.

수확한 호박의 모습.

재배 포인트

호박은 넓게 번지는 작물이라 작은 텃밭에서는 밭 이용 효율이 떨어지는 작물이다. 옆 밭에 피해를 줄 수 있으므로 특히 여러 사람과 공동으로 사용하는 텃밭에 서라면 재배하지 않는 편이 좋다. 공동 텃밭이라도 내 밭이 한쪽 가장자리에 있어 다른 사람의 텃밭에 피해를 주지 않고 키울 수 있다면 한두 포기 심어 보면 즐겁다. 주변에 나무가 있을 경우 나무를 타고 오르게 기르면 공간을 덜 차지해서 좋다. 작은 텃밭에 굳이 키우고자 한다면 덩굴을 벋지 않는 주키니 호박이 적합하다.

밭 만들기

호박은 밭 가장자리 혹은 밭둑 근처에 심는다. 주변에 큰 나무, 쓰러져 죽은 나무 등이 있으면 타고 오르도록 한다. 호박은 거름 성분을 많이 필요한 작물이다. 예전에 시골에서는 구덩이를 깊이 파고 겨울에 인분을 넣어 충분히 삭힌 다음 봄에 호박을 파종하곤 했다. 호박씨 뿌리기 4주 전에 가로세로 50cm 정도 면적에 석회를 한 줌 정도 뿌리고 땅을 잘 갈아준다. 씨 뿌리기 2주 전에 가로세로 50cm 면적에 유기질 비료 1kg 정도나 완숙된 퇴비 4~5kg 정도를 넣고 깊이 30cm 정도로 땅을 갈아준다. 호박은 거름 성분이 많이 필요한 작물이지만, 밑거름을 너무 많이 넣으면 잎과 줄기만 무성해지고 열매가 잘 맺히지 않으므로, 일부는 밑거름으로 넣고 성장을 봐가며 웃거름을 몇 차례 주는 것이 좋다. 호박은 사방으로 뻗는 작물인 데다 두세 포기를 기르는 만큼 굳이 고랑과 이랑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 다만 물 빠짐이 좋아야 하므로 물이 잘 안 빠지는 점질토 밭이라면, 석회와 퇴비를 충분히 넣어서 물 빠짐이 좋도록 해준다. 밭 전체를 갈아엎을 필요는 없고 파종할 구덩이 주변을 지름 50cm로 갈아엎고 퇴비를 충분히 넣어주면 된다. 이렇게 갈아준 흙을 마치 낮은 모래성을 쌓듯이 돋워 올려주면 물 빠짐에 더욱 좋다. 이때 올리는 '모래성'의 높이는 10cm 정도면 되고, 지름은 1m 정도면 충분하다. 사질토 밭이거나 토심이 깊고 흙이 부드러운 밭이라면, 굳이 구덩이를 깊게 파거나 모래성을 올릴 필요 없이 석회와 유기질 비료만 넣어주면 된다.

재배 방법

호박은 워낙 발아가 잘 되는 작물이므로, 직접 씨앗을 심어도 되고 모종으로 심어도 된다. 씨앗이 있다면 직파하고, 씨앗이 없다면 굳이 구매할 필요 없이 모종을 두세 포기 사서 심는 편이 유리하다. 곧뿌림할 경우 4월 하순쯤 하면 되고, 모종을 구입해서 심는다면 날씨가 충분히 따뜻해지고 난 뒤인 5월 중순경이 좋다. 씨앗의 경우 씨 뿌리기 시기를 조금 탄력적으로 운용해도 무방하지만, 모종은 어떤 품종이든 충분히 따뜻해진 뒤에 심어야 한다는 점에 유의하자.

씨앗이냐 모종이냐

씨앗을 뿌려도 발아가 잘 되지만, 처음 재배한다면 모종이 좋다. 도시에서는 씨앗을 구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텃밭 농부는 두세 포기만 심어도 충분한데 종묘상에서는 극소량으로 포장된 씨앗을 판매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씨앗 값도 비싼 편이다. 4월 중하순경 재래시장이나 종묘상에 가면 많은 종류의 모종이 나와 있다. 호박에는 크게 청둥호박(늙어서 겉이 굳고 씨가 잘 여문 호박)과 애호박 등 동양계 호박과 단호박, 미니 단호박 등 서양계 호박을 비롯해 국수호박, 주키니 호박 등이 있다. 산후조리, 호박죽, 호박즙, 호박전 등에 쓰고자 한다면 청둥호박 한두 포기를 키우고, 각종 찌개나 요리에 수시로 이용하고 싶다면 주키니 호박, 식사 대용 혹은 다이어트용으로 이용하고 싶다면 단호박이나 미니 단호박을 재배하면 된다. 미니 단호박은 크기가 일반 단호박의 1/3 정도인데 씨앗 값이 매우 비싸다. 청둥호박과 주키니 호박, 단호박 등은 모종으로도 많이 판매하지만, 미니 단호박은 모종으로 판매하는 곳을 찾기 어렵다. 특히 미니 단호박을 기르려면 그물망과 튼튼한 지주 등 시설이 필요하므로 텃밭 농부 입장에서는 덩굴을 뻗지 않는 주키니 호박이 유리하다. 덩굴이 기어오를 나무가 주변에 있거나 밭 주변에 사용하지 않는 돌무더기나 쓰러진 나무 등이 있으면 청둥호박을 길러보는 것도 좋다. 청둥호박은 아직 어릴 때는 풋호박으로 된장찌개에 넣어 먹어도 좋고, 썰어서 전을 부쳐도 좋다. 눈에 띄는 대로 풋호박을 수확해서 먹어도 한두 개 정도는 찾지 못하는 것이 생기기 마련이고, 이것들은 나중에 청둥호박으로 자라 또 다른 기쁨을 준다. 청둥호박, 주키니 호박, 단호박, 미니 단호박 등 호박을 기르는 요령은 비슷하다. 여기에서는 청둥호박을 중심으로 설명하되, 특별한 차이가 있는 부분에서는 따로 설명을 덧붙인다.

재배 간격

호박은 넓게 번지며 자라는 작물이다. 주키니호박은 포기당 50~60cm 간격, 청둥호박은 2m 이상 간격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단호박과 미니 단호박은 1m 이상의 간격을 유지하도록 한다. 미니 단호박을 재배한다면 호박이 땅바닥을 기지 않고 타고 올라가도록 터널형 지주를 세우고 망을 둘러 덩굴이 타고 올라갈 수 있도록 해준다. 다른 호박은 땅바닥에 기어도 별 탈이 없지만, 크기가 매우 작은 미니 단호박은 땅바닥에 열매가 닿으면 병해에 노출되기도 쉽고, 보기에도 흉하다.

씨 뿌리기와 모종 심기

씨앗을 뿌릴 경우 2~3cm 깊이로 묻고 물을 흠뻑 뿌려주면 된다. 호박 씨앗은 암발아 종자이므로 씨 뿌리기 후에 신문지나 짚을 덮어 주면 싹을 더 잘 틔운다. 기후와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4월 말 이후에 파종하고 닷새에서 이레면 발아하는데, 싹이 트고 나면 덮어준 신문지나 짚을 걷어내야 한다. 모종을 심을 때는 다른 모든 모종과 마찬가지로 원래 흙이 덮여 있는 곳까지만 묻는다. 모종을 심은 뒤에는 포기 주변으로 원을 그리듯 홈을 파고 두세 차례에 걸쳐 물을 흠뻑 준다. 호박을 옮겨 심는 시기는 5월 초순인데, 낮에는 날씨가 상당히 따뜻하고 햇빛도 강하다. 따라서 옮겨 심고 나면 호박은 옮김 몸살을 하느라 축 늘어진다. 그러나 크게 염려할 것은 없다. 하루에 한 번 정도 사나흘만 물을 주면 금세 자리를 잡고 왕성하게 성장한다.

순지르기와 가지치기

호박은 줄기 가지가 사방으로 마구 번지므로 초기부터 기를 줄기와 제거할 줄기를 결정해 관리해야 한다. 잠시 내버려 두면 어느 것이 원줄기인지, 어느 것이 아들 줄기인지 구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이렇게 되면 그대로 방치하는 수밖에 없다. 내버려 둬도 어느 정도 수확할 수 있지만, 호박의 크기가 작아지거나 병해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고, 다른 작물에 피해를 주게 된다. 곁가지를 제거할 때는 몇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무턱대고 제거했다가는 열매를 거의 못 얻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호박을 비롯해 오이, 참외 등 박과 작물은 암꽃과 수꽃이 한 포기에서 핀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암꽃에는 꽃 아래에 탁구공처 럼 볼록한 씨방이 있다. 수꽃에는 씨방이 없고 꽃 아래가 탁구공처럼 볼록하지도 않다. 우리가 먹는 열매는 암꽃의 씨방이 자란 것이다. 박과 작물은 원줄기보다 아들 줄기, 손자 줄기에 암꽃이 많이 핀다. 암꽃이 피어야 열매가 달린다. 따라서 호박은 원줄기를 무작정 키우기보다 아들 줄기와 손자 줄기를 적절하게 키워야 충실한 열매를 얻을 수 있다.

아들 줄기와 손자 줄기 선택하기

호박은 원줄기가 여섯 마디쯤 나왔을 때, 다섯 마디를 남겨두고 원줄기를 순지르기 해야 한다. 그냥 두면 원줄기가 계속 자라면서 곁가지와 잎이 계속 나오고, 지나치게 무성해지면서 포기 자체는 물론이고 열매도 부실해진다. 원줄기를 자른 뒤 아래에 나오는 아들 줄기 중에서 두 개만 선택해 기르고 나머지는 제거한다. 아들 줄기에서 또 손자 줄기가 나오는데 손자 줄기 중에서도 두세 개만 남겨두고 모두 제거한다. 그래야 크고 충실한 열매를 얻을 수 있으며, 통풍 불량과 과습, 햇빛 차단에 따른 병해를 방지할 수 있다. 원줄기의 순지르기와, 키울 아들 줄기와 손자 줄기의 선택은 될 수 있으면 이를수록 좋다. 대체로 모종을 심고 1~2개월 안에 원줄기를 순지르기 하고 키울 아들 줄기와 손자 줄기를 선택해야 한다. 너무 늦으면 어느 것이 원줄기인지. 아들 줄기 인지 구분할 수 없다. 만약 그런 상황이 되면 대충 판단해서 잘라주거나 그대로 키우는 수밖에 없다.

인공 가루받이

비닐하우스 안에서 호박을 키우는 전문 농가에서는 사람이 붓으로 수꽃과 암꽃을 번갈아 인공 수분하거나 수분용 꿀벌을 하우스 안에 방사해 인공 수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노지에서 재배하는 텃밭 농부는 굳이 인위적으로 가루받이를 하지 않아도 된다. 꿀벌이 이른 아침부터 나와서 부지런히 수분작업을 해준다. 암꽃은 주로 오전 네다섯 시경 피는데, 오전 열한 시쯤 되면 잎을 오므리므로 수분할 수 없다. 따라서 굳이 인공수분을 해주어야 할 형편이라면, 이른 아침에 그날 핀 수꽃을 따다가 암꽃에 묻혀 주면 된다. 수꽃 한 개에는 암꽃 세 개 정도를 가루받이할 수 있을 정도의 꽃가루가 있다.

열매 따기

청둥호박을 재배할 경우, 큰 호박을 얻고 싶다면 아들 덩굴의 세 번째 암꽃(대체로 열여덟 번째 마디)에 달린 호박을 키우는 것이 좋다. 여덟 번째 마디와 열세 번째 마디에 암꽃이 피고 여기에도 열매가 맺히는데, 아직 잎 수가 부족해서 이 열매는 키워도 크게 자라지 않는다. 따라서 여덟 번째 마디와 열세 번째 마디에 맺히는 호박은 아직 어릴 때 수확해서 풋호박으로 이용하면 좋다. 일일이 몇 번째 마디에서 맺힌 열매인지 분간하기 어려우므로 어미 줄기든 아들 줄기든 각각 열 번째 마디 안의 열매를 모두 따낸다고 생각하면 쉽다. 일찍 따줄수록 좋다. 대과(하나의 암술을 구성하는 앞으로 이뤄진 씨방이 익어서 생기는 과실)로 키울 열매인 세 번째 열매가 맺힌 뒤 보름 간격으로 키토산 및 칼슘 성분의 물거품을 300배 정도 물에 희석해서 뿌려주면. 과육이 잘 성장하고 단단해져서 오래 저장할 수 있다.

병해충과 처방

호박은 건강한 작물이다. 그다지 심각한 질병은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흰가루병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잎에 흰색 분생 포자가 나타나다가 심하면 잎 전체가 밀가루를 뿌려놓은 것처럼 뿌옇게 변한다. 원인은 땅속 병원균 때문인데, 흰가루병이 발생한 잎은 즉시 따서 멀리 버리고, 근처의 포기에 마요네즈액(난항유)을 이레 간격으로 두세 차례 뿌려주면 상당한 효과가 있다. 착과 된 열매가 성장하지 않거나 노랗게 변하면서 말라 버리는 경우도 있다. 질소 비료가 너무 많거나 장마철의 과습, 햇빛 부족 등이 원인이다. 이를 예방하려면 미리미리 곁가지를 제거해서 통풍이 잘 되게 하고 햇빛이 잘 들게 해야 한다. 이 같은 질병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여름철 장마 때 보름 간격으로 마요네즈액을 살포해주면 흰가루병과 점박이응애를 예방할 수 있다.

호박과실파리 피해

근래에 호박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 것은 호박과실파리 애벌레다. 농가에서는 호박과실파리 때문에 호박 농사를 접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호박과실파리는 호박, 수박, 오이 등 박과에 속하는 작물에 피해를 주는데, 주변 잡초 등에서 서식하다가 7~9월경 박과류 식물이 아직 어린 때 열매의 표피를 뚫고 과실 속에 알을 낳는다. 알은 곧 부화해서 유충이 열매 속에서 자란다. 호박과실파리 유충이 들어 있는 열매는 다 성장하기 전에 대부분 꼭지가 떨어져 버리는데, 일부는 꼭지가 떨어지지 않은 상태로 멀쩡하게 자라서 수확한 후 잘라보면 안에 엄청나게 많은 구더기가 꿈틀대는 것을 볼 수 있다. 집에서 호박을 쪼갰다가 구더기를 보면 주부는 기겁을 한다. 게다가 이 구더기는 몸을 접었다가 펴면서 용수철처럼 튀어서 움직인다. 그 모습이 몹시 징그러워 기절초풍할 정도다. 이런 난처한 경우를 맞이하지 않으려면, 꼭지가 저절로 떨어진 호박은 호박과실파리 유충이 아니 더라도 건강하지 못한 호박이므로 땅속 깊이 묻거나 태워버리는 것이 좋다. 그냥 버리면 흙 속에서 잠복해 내년에 더 큰 피해를 준다. 호박과실파리 유충으로 생기는 난처함을 피하려면, 멀쩡하게 수확한 호박이라도 꼭지를 잡고 호박을 들어 올려서 한두 번 흔들어보면 좋다. 건강한 호박은 꼭지를 잡고 흔들어도 꼭지가 절대 빠지지 않는다. 병충해에 감염된 호박은 꼭지 힘이 약해서 잡고 흔들면 금방 빠져 버린다. 호박과실파리 성충의 몸길이는 10mm 정도고, 날개 길이는 9mm 정도다. 이 파리는 1년에 한 번 발생하며, 성충은 7~9월경까지 출현해 산란한다. 호박과실파리는 주로 산 근처 밭에서 재배할 때 나타난다. 나도 산기슭 텃밭에서 기른 호박의 40% 이상에서 호박과실파리의 피해를 본 적이 있다. 도심의 텃밭에서는 아직 그런 적이 없다.

호박과실파리 예방

호박과실파리 피해를 예방하려고 전문 농가에서는 농약을 살포하기도 한다. 그러나 농약을 살포하면 꿀벌 역시 피해를 받아 열매가 잘 열리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일부 농가에서는 아예 호박과실파리 덫을 설치하고, 과실파리가 나타나는 무렵을 정확하게 포착해 약제를 살포하기도 한다. 주키니 호박을 재배하는 농가에서는 호박이 열리자마자 주키니 호박 전용 비닐을 씌워 호박과실파리 성충이 산란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비닐을 싸우는 것은 파리의 피해 방지하는 방법일 뿐만 아니라 더 품질 좋은 열매를 생산하기 위한 방책이기도 하다. 텃밭 농부가 살충제를 살포해가면서까지 호박 농사를 지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도심의 작은 텃밭에서는 사실 과실파리 피해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도 걱정이 된다면 키울 호박을 선정한 다음 열매가 열리자마자 매실 망이나 배추 망 따위를 씌워주면 호박과실파리가 산란하지 못한다.

웃거름 주기

호박은 비교적 거름이 많이 필요한 작물이다. 게다가 열매를 많이 맺고 오랫동안 밭에서 자라므로 웃거름을 주어야 한다. 첫 번째 열매가 달리고 그 열매가 테니스공 크기 정도 되었을 때, 포기 양쪽으로 약 30cm 정도 떨어진 곳에 호미로 홈을 파고 유기질 비료를 한 주먹씩 넣어주면 좋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웃거름은 첫 번째 웃거름을 준 뒤 각각 20일, 40일 지난 후에 포기로부터 약 50cm 정도 떨어진 곳에 홈을 파고 유기질 비료를 한 주먹씩 넣어주면 된다.

수확과 저장

호박은 종류에 따라 수확 시기가 조금씩 다르다. 전업농가에서는 대량 재배하면서 일정한 주기를 정해 대량으로 거둬들이거나 일정한 시점에 한꺼번에 수확하기도 한다. 그러나 텃밭 농부는 조금씩 자주 거두는 것이 좋다.

청둥호박

청둥호박은 완전히 키워 누런 큰 덩어리 호박을 수확해도 되고, 키우는 중간에 사과나 배 크기만큼 성장했을 때 거둬 찌개나 국거리로 이용할 수도 있다. 누렇게 잘 익은 호박은 한두 개만 하면 충분하므로 텃밭 농부 입장에서는 수시로 풋호박을 수확해서 먹는 편이 낫다. 풋호박을 따서 먹다가 각가지의 세 번째 암꽃에서 맺힌 청둥호박 두세 개를 길러 10월에 아주 큰 호박을 수확하면 된다. 청둥호박 중에는 8~9월에 이미 다자라 누렇게 익는 것도 더러 나온다. 그러나 이때 수확하면 날씨가 더워 장기간 보관이 어렵다. 잘 익은 청둥호박을 이듬해 3~4월까지 보관하려면 다 익었더라도 그대로 밭에 두었다가 10월에 수확하는 것이 좋다. 충분히 잘 익은 청둥호박은 누런 겉 표피에 하얀 분가루가 맺힌다. 흰 분가루가 맺힌 뒤에 수확하면 장기간 싱싱한 상태로 저장할 수 있다. 그러나 산자락이나 산 근처에 밭이 있다면 멧돼지나 쥐를 조심해야 한다. 쥐는 잘 익은 청둥호박에 구멍을 내고 들어가 속살을 파먹고, 멧돼지는 호박을 깨트려 살을 발라 먹는다. 표피에 상처가 난 호박은 잘게 썰어 호박 고지로 말려 보관할 수 있다. 썰기 전에 칼로 단단한 껍질을 벗겨내고 썰어 말려야 나중에 바로 이용할 수 있다.

주키니 호박

굵은 오이 모양의 호박으로 덩굴을 벋지 않아서 밭의 규모가 작은 텃밭 농부가 재배하기에 적당하다. 주키니 호박은 개화 후 1주일 정도면 수확할 수 있다. 열매 길이가 15~20cm 정도로 어릴 때 거둬들여야 줄기에 부담을 덜 줘 계속 열매를 수확할 수 있다. 1주일에 한 번 텃밭에 가는 농부 입장에서는 다소 작더라도 기다리지 말고 수확하는 편이 유리하다. 주키니 호박은 잎이 물크러지면 모자이크병이나 잿빛곰팡이병이 발생하기 쉬우므로 시든 잎, 물크러진 잎을 제때 정리해준다. 잎맥에 생기는 흰무늬는 병이 아니므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단호박과 미니 단호박

미니 단호박은 품종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열매가 열린 후 40~45일경 수확한다. 늦게 수확하는 청둥호박과 달리 6월부터 8월까지 거둬들인다. 이후에도 열매가 달리고 익어가지만, 처음보다는 부실하다. 열매꼭지 부분이 갈색 코르크처럼 단단하게 굳어지고, 균열이 발생하며, 열매껍질의 색이 농녹색으로 변할 때가 수확 적기다. 이때 호박 과육을 손가락으로 눌러보면 돌처럼 단단한 느낌을 준다. 수확은 맑은 날에 하며 꼭지를 약 2cm 정도 붙여서 거둔다. 꼭지가 코르크처럼 단단해 보이지만 가위로 자르면 잘 잘린다. 단호박은 수확기가 되면 겉껍질이 녹색에서 농녹색으로 변하면서 표면이 다소 울퉁불퉁해진다. 대체로 열매가 맺히고 45일쯤 지났을 때 수확하면 적기다. 단호박은 충분히 잘 익은 것을 수확해야 한다. 그러나 수확이 너무 늦어지면 맛이 떨어지므로 주의한다. 열매가 열렸을 때 날짜를 기록해 꼬리표를 달아두면 수확 시기를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다. 상처가 없는 단호박은 실내에서 장기간 보관할 수 있다. 풋호박으로 이용할 것이 아니라면, 모든 호박은 수확한 뒤 햇볕에서 서너 시간 말려 물기를 없애고, 그늘지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서 열흘 정도 말린 뒤 저장하면 좋다.

저장 환경

호박의 적정한 저장 온도는 12~ 14℃이며, 습도는 65~70% 정도다. 저장 중에 에틸렌 가스가 많이 발생해 부패율이 높은 만큼 환기가 중요하다. 특히 표피에 상처가 있는 호박은 곧 썩으므로 일찍 먹는다. 호박은 냉장 저장하면 냉해가 발생하므로 서늘한 베란다에서 보관하다가, 한겨울에는 거실로 옮겨 두면 비교적 오래 저장할 수 있다. 텃밭 농부가 가정에서 한두 개 저장하는 경우에는 거실에 두는 정도로 충분하다. 다만 겨울을 넘겨 오랫동안 저장하고자 한다면, 8월이나 9월에 거둬들이지 말고 밭에 그대로 두었다가 10월에 수확해야 한다. 늦게 수확한 호박이라도 껍질에 상처가 있으면 금세 썩는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