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배 포인트
고추는 이어짓기 장해가 심각하게 발생하는 작물이다. 생리 장해가 많은 데다 여름 무더위와 장마철에 병충해가 많아 무농약으로 기르기 매우 어려운 작물이다. 습해에 매우 취약하므로 물 빠짐이 좋은 밭에서 재배하거나 두둑을 30cm 이상 높이도록 한다. 모종을 기르는 기간이 70~80일로 길고, 모종을 기르기에 적정한 온도는 낮에 25~30℃, 밤에 18~20℃가 유지되어야 하므로 텃밭 농부가 2월 중순부터 모종을 키우기는 어렵다. 따라서 모종을 사서 심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 추위에 매우 약하므로 날 씨가 적당히 따뜻해진 5월 중순 모종을 사서 심는 것이 좋다.
밭 만들기
고추는 습해에 약하므로 배수가 잘되는 밭에서 재배한다. 산성토양에서 재배하면 역병이 발생하기 쉽다. 따라서 모종을 옮겨심기 4주 전에 3.3㎡(1평) 당 고토석회를 500g 정도 넣고 밭을 갈아준다. 모종을 옮겨심기 2주 전에 3.3㎡ 당 유기질 비료 1kg 정도를 넣고 흙과 잘 섞어준다. 여기에 잘 썩힌 퇴비를 충분히 넣어서 보습력을 높이면서도 물 빠짐이 좋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 특히 고추는 뿌리가 얕게 퍼지는 작물이라서 여름에 비가 많이 내리고 바람이 불면 쉽게 넘어진다. 지주를 세워줘야 하고, 가급적이면 뿌리가 깊고 넓게 퍼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토양에 잘 썩힌 퇴비를 많이 넣어주는 것이 좋다. 고추를 한 줄로 재배한다면 두둑 너비 60~90cm, 두 줄로 재배한다면 두둑 너비 120~150cm 정도로 만들어주고, 두둑의 높이는 30cm 정도로 높게 한다. 고추는 장마철 습해에 약해서 배수 관리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여름철 장마 기간에 연속적으로 비가 내리므로 두둑을 높이고 배수로를 잘 확보해야 한다. 물이 잘빠지지 않은 밭이라면 두둑을 넓혀서 두 줄 재배하기보다는 두둑을 좁혀서 한 줄로 재배하는 것이 유리하다. 고추 뿌리는 장마철에 이틀 이상 물에 잠겨 있으면 죽는다. 두둑을 높여 뿌리가 장마철에 물에 오래 잠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고추는 습해에 매우 약하다는 점을 꼭 기억하자. 물 빠짐이 나쁜 점질토 밭이라면 비닐 멀칭으로 장마철에 빗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산기슭 밭에서 고추를 재배한다면 고라니와 꿩 피해에 대비해야 한다. 고라니는 고추 싹을 댕강댕강 잘라먹는다. 고라니 출몰 지역에서는 망으로 테두리를 둘러야 한다. 꿩도 붉게 익은 고추를 쪼아버리는 만큼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꿩 피해는 고라니 피해와 비교하면 그다지 심각하지는 않다.
멀칭
텃밭 농부에게 웬만하면 멀칭을 권하지 않지만 그러나 고추는 멀칭을 하지 않고 무농약으로 재배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고추는 여름 장마철 수해와 병해에 매우 취약한데, 멀칭은 이를 예방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볏짚을 구할 수 있다면 두툼하게 깔아주면 좋다. 비닐 멀칭보다 보기에도 좋고, 나중에 걷어내는 번거로움도 없다. 석회와 밑거름을 넣고 밭을 잘 일구어준 다음, 고추 모종을 심기 이틀이나 사흘 전에 미리 멀칭을 해두는 것이 좋다. 모종을 심고 난 다음 비닐 멀칭을 할 수는 없고, 설령 볏짚으로 멀칭을 하더라도 모종을 다치게 할 수 있으므로 멀칭을 먼저 해둔다. 고추는 건조와 습해에 모두 약하므로 멀칭으로 장마철 비 피해와 건조에 따른 피해를 예방하도록 한다. 집 마당, 혹은 가까운 곳에 물이 있어 물을 쉽게 줄 수 있다면 굳이 멀칭을 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이 역시 장마철 습해를 입지 않는 토양, 지형일 때 가능한 이야기다.
재배 방법
모종 심기
고추는 매운맛의 정도에 따라 무척 매운 고추, 중간 정도 매운 고추, 거의 안 매운 고추 등 다양한 품종이 있다. 키가 작고 마디 사이가 가까운 모종이 좋은 모종이다. 병충해에 강한 품종을 사는 것이 재배하기 수월하다. 모종은 첫 번째 꽃이 피었거나 꽃봉오리가 맺혀 있는 것으로, 본잎이 열에서 열한 장 정도 나와 있는 것을 산다. 모종을 포트에서 빼기 한 시간 전에 물을 흠뻑 뿌려 포트 흙과 뿌리가 잘 밀착되도록 하면 빼내기 수월하다. 포트 밑구멍을 가느다란 막대기로 살짝 찌른 후 빼면 쉽게 빠진다. 모든 모종이 다 그렇듯, 고추 역시 포트 안에서 흙이 덮여 있던 높이만큼만 땅에 묻히도록 한다. 특히 고추는 옮겨 심고 나면 햇빛에 시들해지는 것을 보게 된다. 따라서 해질 무렵에 심는 것이 좋은데, 텃밭 농부 중에는 김장용 고춧가루를 염두에 두고 고추를 많이 심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이럴 경우는 어두워지기 전에 다 심고 물까지 주기가 어려우므로 낮에 심되 일기예보를 확인해서 비가 오기 전날 심어주면 좋다.
첫 열매와 곁순 제거
본잎이 열 장에서 열한 장 정도 나오면 줄기가 와이(Y) 자로 갈라지며(1차 분지), 그 사이에 첫 번째 꽃이 맺힌다. 이 꽃에 맺히는 열매를 '방아다리'라고 한다. 방아다리는 키워도 크게 자라지 않고, 열매에 영양을 집중하느라 고추의 성장을 방해하므로 따주면 포기 전체가 잘 자란다. 곁순도 제거해줘야 한다. 고추는 잎자루와 원줄기 사이에 곁순이 생기는데. 와이(Y) 자로 갈라지는 1차 분지 아래 나오는 곁순을 모두 제거해준다. 1차 분지 아래 생기는 곁순을 제거해주지 않으면 통풍이 불량해지고, 나중에 지주를 세우거나 줄을 쳐도 밑의 가지를 받쳐주지 못해 가지가 부러질 수 있으며, 지면과 가까운 휽 속의 병균에 노출될 위험도 크다. 이때 곁순은 제거하되, 잎은 그대로 두는 것이 좋다. 그러나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는 1차 분지 아래 잎을 모두 따준다. 이때가 되면 이미 잎은 쇠퇴해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게다가 장마 때 흙탕물이 튀어 땅속에 있던 병원균에 감염될 위험도 커지므로 제거해주는 것이 낫다. 고추를 많이 심어 이 과정이 번거롭다면 첫 열매가 달리고 1차 분지 아래 곁순을 제거할 때 잎도 한꺼번에 따주어도 된다. 장갑을 낀 손으로 위에서 아래로 주르륵 훑으면 곁순과 잎이 한꺼번에 제거된다.
지주 세우기와 줄 매기
고추는 포기마다 지주를 세우고 묶어주거나 서너 포기 간격으로 지주를 세우고 줄을 쳐서 열매 무게에 가지가 찢어지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모종을 심고 즉시 지주를 세우고 묶어준다. 2차 줄 매기는 고추의 성장을 봐가며 하되, 대략 모종을 심고 3주 정도 지날 무렵 해주면 된다. 고추를 묶어주지 않으면 고추 열매 무게 때문에 가지가 부러지거나 포기 전체가 비바람에 넘어질 수 있으므로 제때 묶어준다. 3차 줄 매기는 고추의 키가 정도 자라는 시기로, 7월 말쯤에 해당한다. 지주를 땅에 대충 박았다면 두둑 아래 딱딱한 땅까지 지주가 파고들도록 망치로 단단히 박아주어야 한다. 두둑의 흙은 원래 지면보다 부드러워 비가 자주 내리고 땅이 젖게 되면 지주가 넘어지기 쉽다. 따라서 지주는 반드시 두둑 아래 원래 지면을 뚫고 들어가도록 깊이 박아주어야 한다.
병해충과 처방
고추에는 그야말로 수많은 병충해가 있다. 여름 장마가 오기 전까지는 아무런 걱정이 없다. 그러나 일단 장마가 시작되고 나면 무농약으로 고추 농사를 짓기는 매우 어렵다. 전업농가에서는 고추 꽃이 필 때, 6월 중순, 7월 초순, 7월 말, 8월 중순 등 약 대여섯 차례 탄저병 약을 뿌린다. 이외에도 살충제, 살균제 등을 수시로 뿌린다. 그러나 텃밭 농부가 전업농가에서처럼 농약을 수시로 칠 수도 없다. 텃밭 농부가 고추에 나타나는 갖가지 병해충을 모두 알 수도 없고, 거기에 맞게 시시때때로 약을 살포할 수도 없다. 일부 텃밭 농부 중에는 여름철 장마와 함께 찾아오는 탄저병이 발생하기 전에 풋고추를 수확하고, 그 뒤에는 고추 농사를 포기하겠다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에는 너무 아깝다. 7월이면 장마가 오고 탄저병이 발생하는데, 5월에 고추를 심어 6월 중순부터 7월까지 잠시 수확하고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른바 자연농법, 유기농법, 관행농법 등 모든 방식으로 고추 농사를 지어본 경험에 비추어볼 때, 장마가 끝날 무렵 살균제와 살충제를 한번 살포하면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농약을 전혀 치지 않을 경우 장마와 함께 고추가 100% 병에 걸린다고 볼 때, 장마 끝 무렵 살균제와 살충제를 혼합해 한 번 살포하면 대략 60~70% 정도의 고추를 수확할 수 있었다. 살균제, 살충제라면 무조건 나쁘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농약은 기본적으로 좋지 않다. 그러나 농약을 전혀 살포하지 않고 농사를 모두 망치기보다는 단 한 번 농약을 살포해 상당한 수확을 할 수 있다면 농약을 쓰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다고 본다. 게다가 농약을 살포한 뒤에 맺히는 고추는 농약 피해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농약을 살포하고 2주만 지나면 비바람에 잔류 농약이 거의 없는 경우도 많다. 특히 요즘 출시되는 저독성 농약은 그다지 약효가 오래가지 않는다. 농약을 살포할 당시에는 피지도 않았던 꽃이 피고 거기에 열매가 맺혀 커가는 모습을 볼 때, 농약을 무조건 거부할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유기농을 위한 방제
텃밭 농부는 웬만하면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나 고추 농사에서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손 놓고 있으면, 장마와 함께 고추가 100% 죽어버린다. 따라서 굳이 화학 농약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천연농약을 수시로 살포해 병해를 최대한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추에 가장 치명적인 병은 역병과 탄저병이다.
역병과 대책
역병은 장마가 끝난 후 햇빛이 나면 갑자기 고추 그루 전체가 시들면서 죽는 증상으로 나타난다. 고추 가지가 와이(Y) 자로 갈라지는 부분에 발생하며, 갈라지는 부분이 마르면서 줄기 전체가 서서히 말라버린다. 역병은 곰팡이가 병원균으로, 토양에서 1차 전염되며, 2차 전염은 빗물에 의해 발생한다. 비가 많이 오는 해에 발생하는데, 한국은 여름철에 긴 장마가 있으므로 방제하지 않으면, 100%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역병 발생을 줄이려면 이어짓기를 금지하고, 질소 비료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배수로를 정비해 물 빠짐이 좋게 한다. 비닐이나 짚을 깔아 비가 많이 내릴 때 흙탕물이 포기 줄기나 잎에 튀지 않도록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포도밭 등에서 비닐을 포도나무 위에 덮듯이 고추 포기 위에 '비가림 시설'을 설치해 빗물이 고추 포기 아래 땅에 떨어지지 않게 하고, 물은 직접 관수하는 것이다. 역병에 걸린 고추는 모두 뽑아서 태워버린다.
탄저병과 대책
탄저병에 걸리면 고추 열매에 부정형의 반점이 생겨서 움푹 들어가며 마른다. 탄저병이 번지면 열매 전체가 누렇게 말라죽는다. 탄저병이 일단 발생하면 대책이 없다. 모두 뽑아서 먼 곳에서 태우는 수밖에 없다. 텃밭 농부 중에는 탄저병을 예방하고자 천연 농약으로 현미식초와 물을 1:500으로 희석해서 이틀 간격으로 뿌려주기도 한다. 특히 장마가 시작되기 전부터 장마가 끝날 때까지 거의 매일 뿌려 주면 상당한 효과가 있다. 이때 식초와 물 희석액을 뿌릴 때는 고추 줄기와 잎, 열매뿐만 아니라 토양까지 흠뻑 적셔주도록 한다. 물론 이미 탄저병이 발생한 포기는 모두 뽑아서 먼 곳에서 태워버리고, 남은 포기에 현미식초 희석액을 흠뻑 뿌려준다. 텃밭 농부에게 천연 방제법은 상당히 매력적인 수단처럼 보인다. 여타 많은 작물의 경우 천연 방제법으로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굳이 천연 방제법이 아니더라도 큰 피해를 보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고추는 천연 방제법이 다른 작물에 활용할 때만큼 효과적이지는 않다는 점을 기억하자.
주요 충해와 처방
고추에는 진딧물과 웅애가 자주 발생한다. 진딧물은 물엿, 설탕물, 요구르트 등의 희석액으로 퇴치한다. 응애는 난황유(마요네즈액)로 퇴치한다. 또 거세미나방 애벌레, 노린재 등이 나타나 고추 줄기를 잘라버린다. 노린재는 고추 줄기의 즙액을 빨아먹는데, 방제하지 않으면 빽빽하게 달라붙어 고추를 말라죽게 한다. 은행잎을 찧어서 짜낸 액제를 자주 뿌려주면 효과가 있다. 이외에 담배나방. 총채벌레. 잿빛곰팡이병 등 다양한 병해충이 있으나 탄저병만큼 큰 피해를 주지는 않는다. 통풍과 배수, 영양분 관리를 잘하면 탄저병과 역병 외에 웬만한 병해충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웃거름 주기
고추는 밭에서 오래 자라는 작물이다. 열매도 차례로 많이 열리는 작물이므로 웃거름은 필수다. 아주 심고 2달 정도 지나 고추가 많이 달릴 때 웃거름을 준다. 포기당 유기질 비료를 한 줌씩 준다고 보면 된다. 포기에서 약 15~20cm 정도 떨어진 곳에 호미로 홈을 파고 웃거름을 넣고 흙과 잘 섞어준다. 웃거름을 준 뒤에 물을 듬뿍 주면 거름 성분 흡수가 빨라진다. 짚이나 비닐로 멀칭을 했다면 멀칭 아래 거름을 주고 물을 준다. 멀칭 아래 유기질 비료를 웃거름으로 줄 경우 미리 유기질 비료와 흙을 섞어 2주쯤 두었다가 넣어주면 가스 피해가 없다. 두 번째 웃거름은 8월 중순에 포기당 한 줌씩 같은 방법으로 준다.
수확과 보관
풋고추는 꽃이 피고 15일 정도, 홍고추는 45~50일 정도 지나면 수확할 수 있다. 같은 품종이라도 열매가 맺히고 나서 매달려서 익는 날짜가 길수록. 햇빛이 강하고 기온이 높을수록 매운맛이 강하다. 텃밭 농부는 고춧가루로 이용하기보다는 풋고추로 따서 이용하는 편이 유리하다. 고추는 말리는 과정이 매우 힘들고 청결도 보장하기 어렵다. 건조기를 사용하지 않고 태양초로 고추를 말리려면 매우 어렵다. 말리다가 실패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따라서 풋고추로 수시로 수확해서 먹고, 남는 것은 된장 장아찌, 간장 장아찌 등으로 저장하면 겨우내 먹을 수 있다. 100포기 이상을 재배해서 김장용 고춧가루로 이용하고 싶다면 한꺼번에 많이 따서 고추 건조 시설에 부탁해서 말리는 편이 좋다. 이렇게 하면 태양초 고추가 안 되지만 먹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태양초 고추를 만들고자 집에서 고추를 말리는 경우가 있는데, 도시에서 고추를 제대로 말리기는 매우 어렵다. 대부분 중간에 썩어 버려서 기껏 수확하고도 이용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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