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배 포인트
옥수수는 콩과 마찬가지로 씨앗을 바로 심으면 새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까치나 비둘기가 씨앗을 파먹거나 갓 올라온 싹을 쪼아버리므로 유의해야 한다. 직접 씨앗을 뿌리기보다는 포트에 모를 길러 본잎이 두세 장 정도 되었을 때 밭에 옮겨 심는 것이 좋다. 포트에 육묘하는 과정이 번거로워 직파하고 싶다면, 옥수수 씨앗에 조류 기피제인 '새총'을 묻혀서 한두 시간 정도 말린 뒤에 심으면 피해가 없다. 조류기피제 '새총'은 빨간색 물감 같은 형태인데 종묘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새총액 한 숟가락 정도만 하면 옥수수나 콩을 두 줌 이상 처리할 수 있어서 한 통 사다 놓으면 텃밭 농부는 3~4년 동안 계속 이용할 수 있다. 옥수수 재배에서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것은 수확 시기를 가늠하는 것이다. 수확 시기를 놓치면 딱딱해져서 맛이 떨어지고, 수확 시기에 닿지 않은 것은 아직 덜 익어 먹기 곤란하다.
밭 만들기
옥수수는 흡비력(거름을 빨아들이는 힘)이 강해 척박한 땅에서도 유기질 비료를 넉넉하게 넣어주면 잘 자란다. 파종에서 수확까지 재배 기간이 3개월 안팎으로 짧으므로 미리 밑거름을 넉넉하게 넣어준 다음 씨를 뿌리는 것이 유리하다. 옥수수는 키가 2m 이상 자란다. 따라서 밭 가운데 옥수수를 심으면 다른 작물에 피해를 줄 수 있으므로 밭 가장자리에 심는 것이 유리하다. 흔히 옥수수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고 알려져 있지만, 거름 양이 부족하면 옥수숫대와 열매가 크게 자라지 않으므로 밑거름을 넉넉하게 넣어준다. 밭을 만들 때 밑거름으로 포기당 유기질 비료 1kg 정도 넣어주면 잘 자란다. 옥수수는 웬만한 땅에서도 잘 자라지만. 지나친 점질토나 지나친 사질토 밭에서는 재배가 원활하지 않다. 20~30cm 간격으로 두 줄을 아주 심기 하는 것이 가루받이에 좋으므로 두둑 너비는 60cm 정도로 하면 적당하다. 물이 비교적 잘 빠지는 밭에서 옥수수를 재배한다면 일부러 두둑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 두둑을 만들지 않고 평평한 곳에 30cm 정도 간격으로 씨앗을 심은 뒤, 옥수수 키가 자라고 뿌리가 땅 밖으로 드러날 때 포기 옆의 흙을 긁어 뿌리 부분을 덮어주면 자연스럽게 두둑과 고랑이 생길 뿐만 아니라 북주기 효과까지 있어 6월 말에서 7월 장마철에 옥수수가 비바람에 넘어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재배 방법
씨앗을 직접 뿌리려면 밭에 유기질 비료를 넣고 1~2주 후에 씨앗에 조류기피제 새총을 처리해 심는다. 종묘상에서 파는 옥수수 씨앗은 이미 소독과 새총처리가 돼 있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방법으로 밭 한구석에 옥수수 씨앗을 뿌리고 한랭사를 쳐서 모를 기르면 새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집에서 종자용으로 보관해둔 옥수수라면 직파보다는 육묘한 뒤 옮겨 심을 것을 권한다. 포트에 씨앗을 심어 모를 기른다면 대략 15~25일 정도 소요되고, 날씨가 따뜻한 4월 중순경 밭 한쪽 구석에 씨앗을 뿌린다면 15일이면 옮겨 심을 정도로 자란다. 텃밭에서 열 포기 안팎으로 재배할 생각이라면 종묘상에서 모종을 사서 심는 편이 유리하다.
씨 뿌리기
너무 이른 봄에 씨를 뿌리면 싹이 난 뒤 늦서리에 피해를 볼 수 있으므로 4월 하순부터 5월 말까지가 파종 적기다. 텃밭 농부는 한꺼번에 씨앗을 뿌리지 말고 1~2주 정도 간격을 두고 서너 차례 파종하면 차례차례로 수확해서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시기를 둔다고 해서 달랑 한두 포기씩 파종하면 가루받이가 잘 안 되어 이가 빠진 옥수수가 나오므로 한 번 씨앗을 뿌릴 때 열 포기 이상 군락으로 파종하는 것이 좋다. 또 옥수수 간 거리를 너무 띄워 드문드문 심을 경우에도 가루받이가 잘 안 돼 이가 빠진 옥수수가 나올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옥수수는 수꽃이 암꽃에 떨어져 수분한다. 암꽃은 한 번 피면 열흘 정도 꽃가루를 받을 수 있지만, 수꽃의 꽃가루는 단 하루만 가루받이할 수 있다. 대부분 식물이 그러하듯 옥수수 역시 자기 포기의 꽃가루를 받아 가루받이하는 것을 싫어한다. 따라서 가루받이 확률을 높이려면 두세 줄로 여러 포기를 심는 것이 좋다. 옥수수는 봄 재배, 가을 재배를 모두 할 수 있는데, 초보 농부 입장에서는 봄 재배가 쉽다. 가을 재배를 원한다면 서리가 내리기 전인 10월 중순 이전에 수확할 수 있도록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 그러자면 7월 상순 또는 중순경에 파종해야 한다. 그러나 이때는 장마철이라 습기가 많아서 피해를 보기 쉬우므로 배수를 철저히 해주어야 한다.
아주 심기
본잎이 두세 장 정도 나왔을 때가 아주 심기 가장 좋은 시기다. 포기 간 거 리는 25cm 정도가 적당하다. 아주 심기 할 때는 다른 종과 멀리 떨어진 곳(200미터 이상)에 심어야 교잡이 발생하지 않는다. 다른 종이 근처에 있으면 옥수수 알의 색깔이 다양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아주 심기한 뒤에는 포기 주변에 원을 그리듯 홈을 파고 충분히 물을 준다.
물 주기
옥수수는 알이 굵어지는 7~8월에 물이 많이 필요하다. 한국은 이 무렵 비가 자주 내려서 물 걱정은 덜하다. 그러나 가뭄이 이어진다면 충분히 물을 주어야 충실한 옥수수를 수확할 수 있다.
순지르기
옥수수는 곁순이 나온다. 곁순이 30cm 정도 자랐을 때 제거해주는 것이 성장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곁순의 세력이 매우 약하다면 굳이 제거하지 않아도 괜찮다. 옥수수는 포기당 두세 개의 열매가 달리는데, 맨 위에 달리는 열매가 가장 크다. 텃밭 농부는 포기당 한두 개의 열매를 목표로 하고, 나머지는 일찌감치 제거해야 실한 열매를 얻을 수 있다. 열매를 세 개 이상 남겨 봐야 얻을 게 없다. 어렸을 때를 떠올려보면 어른들이 키우던 재래종 옥수수는 한 포기에서 적어도 네다섯 개의 열매를 얻었다. 비록 크기는 다소 작았어도 수확이 괜찮았다. 근래에 출시된 개량한 옥수수는 거의 두 개 안팎의 열매가 열리고, 그중에서도 먹을 만한 열매는 한두 개밖에 되지 않는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대부분 작물은 개량형이 더 나은데 옥수수만큼은 재래종이 더 나았다는 생각이 든다.
북주기
옥수수는 줄기에서 뿌리가 발달하면서 지상에 뿌리가 드러난다. 김매기를 할 때 북주기를 같이 해주면, 여름 장마와 바람에 견디는 힘도 좋아지고 성장도 좋아진다. 옥수수는 뿌리가 얕고, 키는 큰 작물이어서 바람에 넘어지기 쉽다. 넘어진 것은 일으켜 세워준다. 하지만 지주가 필요한 정도는 아니다. 대학흑찰옥수수와 같은 신품종은 바람에 견디는 힘이 강한 편이지만, 장마철 비바람에는 쓰러지는 포기가 많이 나온다. 대학혹찰옥수수든 일반 옥수수든 장마가 닥치기 전에 옥수수 상단 부분을 끈으로 서로 묶어주면 웬만해서는 넘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 작업은 매우 번거롭다. 그래서 옥수수 포기를 모두 묶기보다는 넘어지는 포기가 나올 때마다 일으켜 세워 북주기를 하고, 옆 포기와 상단부를 묶어주는 것이 편리하다.
가루받이
옥수수의 꼭대기에 나오는 것이 수술인데, 일명 '개 꼬리'라고 부른다. 옥수수에 실처럼 달리는 것이 암술이며 일명 '옥수수수염'이라고 부른다. 수술에서 떨어진 꽃가루가 암술에 묻어 가루받이가 이루어진다. 옥수수수염이라고 불리는 암술 한가닥 한 가닥이 가루받이한 후 한 알 한 알의 옥수수 알이 된다. 이 수염들이 제대로 가루받이가 안 되면 이가 빠진 옥수수가 나온다. 옥수수를 너무 드문드문 심으면 가루받이가 제대로 안 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군락을 이루어 심도록 한다. 원만한 가루받이를 위해 최소한 열 포기 이상은 심는 것이 좋다. 또 다른 종류의 옥수수 꽃가루가 암술에 묻으면 교잡이 이루어져 품종이 다른 옥수수, 즉 옥수수 알맹이 색깔이 다른 옥수수가 나온다. 따라서 특정 품종의 옥수수를 먹고 싶다면 다른 품종과 충분한 거리(200m 이상) 두고 심어야 한다. 옥수수의 암술(수염)은 처음에 날 때 약간 노란빛 혹은 연둣빛을 띠는 흰색인데, 수술에서 꽃가루가 떨어져 가루받이가 되면 갈색으로 변한다. 옥수수는 한 포기에 암술이 두세 개 달리는데, 맨 위의 열매가 가장 크게 자란다. 텃밭 농부는 한포기당 두 개의 열매를 목표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세 번째 암술 수염이 나오면 바로 제거해 나머지를 크게 키우는 것이 좋다.
병해충과 처방
비바람에 쓰러진 옥수수를 내버려 두면 새나 쥐가 옥수수를 갉아먹는다. 그러므로 쓰러진 옥수숫대는 바로 세워주어야 한다. 또, 옥수수가 익을 무렵 까치, 쥐 등이 극성을 부린다. 텃밭에서 옥수수를 기를 때 특별한 병해는 없는 편이다. 다만 나방류의 유충이 갉아먹어서 피해를 주는 경우가 있다. 조명나방은 유충이 이삭 속으로 파고들어 피해를 주므로, 유충이 보이면 바로바로 잡아준다. 전문 농가에서는 조명나방을 예방하려고 재배 기간에 살충제를 두 번 정도 살포한다. 하지만 소규모 텃밭 농부는 굳이 살충제를 뿌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
웃거름 주기
웃거름 주는 시기는 모를 아주 심고 6주쯤 지났을 때로 개 수술(꼬리)이 나오기 시작할 무렵이 가장 좋다. 웃거름으로 질소와 칼리 비료를 주면 열매가 충실하게 달린다. 포기 주변에 호미로 구덩이를 파고 포기당 한 줌 정도 유기질 비료를 넣어주면 된다. 옥수수가 약 50cm 정도 자랐을 때 잎이 약간 연노란색을 띤다면 비료가 부족한 상태이므로 포기당 복합 비료 한 숟가락이나 유기질 퇴비 한두 줌을 추가해준다. 비료분이 부족하면 옥수수의 키가 작고, 잎은 노란색으로 변하며, 열매가 부실해진다. 반대로 비료분이 많으면 잎이 검어지고, 키가 너무 크며, 열매는 부실해진다. 소규모 텃밭 농부 입장에서는 대체로 씨 뿌리기 전 밑거름과 키가 30cm 정도 자랐을 때 1차 웃거름, 수술이 나왔을 때 2차 웃거름을 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포기 옆에 호미로 흙을 파고 유기 질 비료 한두 줌씩을 넣은 다음 흙과 잘 섞어주면 된다. 옥수수는 키가 큰 작물이라 풀 걱정을 덜 하게 하는 작물이다. 그래도 웃거름을 줄 때쯤이면 옥수수 아래에 풀이 엉망으로 올라와 있다. 거름을 줄 때 한 번쯤 풀매기를 해주면 좋다. 뽑아낸 풀은 옥수수 아래에 그대로 덮어준다.
수확과 보관
옥수수 재배에서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것이 수확 시기를 찾는 것이다. 봄에 파종했을 경우 대체로 7월 중순부터 8월 초순까지 수확하는데, 옥수수의 수확 적기는 수염이 약간 말랐을 때다. 원래 암술은 흰색이나 약간 노란빛 혹은 연둣빛이 도는 흰색을 띠지만, 수분하면 갈색을 띠게 된다. 이 갈색이 검은색으로 변하기 시작한다는 것은 곧 수염이 마르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수확 시기에 가까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염이 마르기 시작하면 옥수수 한두 개의 이삭을 벗겨 알맹이 상태를 확인해서 정확하게 수확 시기를 판단할 수 있다. 알맹이를 손톱으로 눌렀을 때 약간 자국이 생기면 수확하기 가장 좋은 시기다. 알맹이를 눌렀을 때 쉽게 터지면 조금 더 기다렸다가 거둬들여야 한다. 너무 일찍 수확하면 저장성이 나빠진다. 그러나 완전히 단단해진 뒤 거둬들이면 딱딱해져서 쪄 먹기에 불편하다. 늦게 수확하면 너무 딱딱해서 여간 삶아도 물러지지 않으며, 차진 식감은 사라지고 딱딱한 과자를 씹는 듯한 느낌을 준다. 다 익은 뒤에 비가 자주 내리면 옥수수가 매달린 채 싹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므로 적기 수확에 신경을 써야 한다. 산자락에 있는 텃밭에서 옥수수를 재배할 때는 멧돼지의 약탈에 주의해야 한다. 옥수수가 자라는 내내 나타나지 않던 멧돼지가 옥수수가 익을 즈음엔 어김없이 나타나 모두 훔쳐 먹는다. 멧돼지는 옥수숫대를 발로 밟아 넘어뜨린 다음 열매만 핥아먹는다. 멧돼지 피해를 처음 보는 텃밭 농부는 '사람이 훔쳐 간 것'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높은 데 매달린 열매를 멧돼지가 따 먹었다고는 상상조차 못 하기 때문이다. 멧돼지가 옥수숫대를 밟아 넘어뜨린 다음 열매를 핥아먹고 가버리면 옥수숫대가 서서히 일어나는데, 나중에 이것을 본 텃밭 농부는 사람이 따 갔다고 오해하는 것이다. 옥수수 수확은 아침 일찍 하는 것이 좋다. 한낮을 지난 뒤에 수확하면 당분과 수분이 떨어진다. 옥수수는 수확한 직후부터 당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수확 후 한 시간만 지나도 단맛이 훨씬 떨어지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수확하자마자 바로 쪄서 먹을 때 맛이 가장 좋다. 텃밭 농부가 옥수수를 수확하면 한 번에 다 먹을 수 없다. 그러니 수확 시기의 차이가 나도록 파종 시기를 2~3주 단위로 조절하는 것이 좋고, 거둬들인 뒤에는 곧바로 쪄서 냉동 보관하면 처음 땄을 때 맛을 거의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사정상 수확해서 바로 쪄 먹을 수 없다면, 열매가 원래 매달려 있던 방향대로 세워서 보관하면 부패를 촉진하는 에틸렌 가스(ethylene gas)의 발생을 억제할 수 있어 선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씨알이 튼튼한 옥수수 한두 개를 껍질을 벗겨 잘 말려두면 내년에 종자로 쓸 수 있다. 그러나 대학흑찰옥수수와 같은 품종은 에프원(F1) 품종이라 씨앗을 받아 다음 해에 다시 심어도 같은 품종의 옥수수가 나오지 않는다. 이런 품종의 옥수수를 기르고 싶다면 매년 종자를 다시 구입해야 한다. 수확한 후 남는 옥수숫대는 잘게 썰어서 토양에 넣어두면 훌륭한 유기물 퇴비가 된다. 콩 줄기와 옥수숫대를 잘게 썰어 다음 해에 농사를 지을 자리에 두툼하게 깔아 두면, 이른 봄에 풀이 나는 것을 예방할 수 있고, 작물을 파종하거나 아주 심기한 뒤에는 밭에 수분을 유지하는 데도 상당한 도움을 받는다. 다만 진딧물이 많이 꼬이는 강낭콩 줄기는 그대로 잘라서 깔지 않고, 태워서 재로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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